하늘 위를 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아마 비행을 꿈으로 품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 승무원들은 ‘편견’의 상공을 날아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스튜어디스들이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아 보이는가?
그들은 단지 책임감과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단단한 내면을 예쁜 유니폼으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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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정 ABC 에어라인 비즈니스 센터 부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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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장의 입사지원서, 300명의 면접 대상자 그리고 20명의 합격자. 말레이시아 항공사인 이글익스프레스의 면접이 있던 3월 19일, ABC 에어라인 비즈니스 센터는 방금 착륙한 비행기 같았다. 최종 합격자가 되기 위해 모인 면접자들 때문이었다. 그 경쟁률에 채 놀라기도 전에 조희정 부원장이 한마디를 던진다. “국내 항공사 경쟁률은 100 대 1이 기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항공 승무원’이라고 하면 ‘미스코리아 뺨치는 미모와 몸매’를 연상하는 이가 많다. 영어실력 때문에 ‘고스펙’이미지도 뒤따른다. 항공 승무원은 정녕 엄친딸을 위한 직업일까? 실제로 일반인들은 면접은커녕 서류 지원부터 지레 겁을 먹고는 한다. 승무원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면접 시 기업에서 제일 많이 묻는 질문은 직무적합성과 관련한 것이에요. ‘왜 지원했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대답을 하더라고요.”
비슷한 대답이란 ‘어릴 적부터 비행을 꿈꿔왔습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해보고 싶어서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요’와 같은 내용을 말한다. 이 대답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승무원이 된 이후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목적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은 지원자를 여행시켜 주기 위해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아요. 봉사정신은 물론, 직장이라는 생각을 잊으면 안 돼요. 사회인이 되는 것이고 일을 하러 간다는 마음을 먹어야 하죠.”
외국 항공사를 꿈꾸고 있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외국 항공사에 입사하려면 외국어는 기본이에요.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 하죠. 단순히 인터뷰 내용만 암기해서 갔다가는 교육 단계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 외국 항공사에서 한국인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문화사절단이 된다는 의미와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다.
“한국어는 한국인만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보다 경쟁력 있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죠. 또 한국인의 근면성실한 점도 인정받아요. 그래서 한국인 관광객이 없는 노선에서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정서에 맞는 유대감, 가족적인 친밀감을 위한 역할도 톡톡히 한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한국인 승무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고기, 닭고기라고 번역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소고기 백반이나 영계백숙이라고 얘기해주는 거죠. 외국 항공사에서 한국인 승무원에게 바라는 것도 이런 부분이고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한 직업. 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기에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출산 이후에도 휴직을 1년 연장할 수 있어서 좋죠. 남자 승무원의 경우 채용 인원이 많지 않고 기회도 적지만, 지상직에서 객실 승무원으로 이동이 가능한 항공사가 있어요. 열심히 준비하면 남자에게도 기회가 있어요.”
말 그대로 ‘깔끔한’ 직장이다. 출산에 따른 휴직이 자유롭고, 경력에 따라 연봉도 남부럽지 않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 부원장이 단번에 꼽은 승무원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기회’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어요.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건 당연하고요.”
오랜 항공 승무원 생활, 그리고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학생들. 조 부원장은 승무원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 “겸손함과 봉사정신이 필수예요. 어느 상황에서건 남을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또 기내에서는 혼자 일을 할 수 없어요. 팀워크를 이루기 힘든 사람이라면 업무가 불가능해요.”
항공사와 국가의 얼굴로 일하는 만큼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다. “항공사는 예쁜 얼굴보다 승무원다운 이미지를 원해요. 국내의 경우는 항공사마다 정형화된 이미지가 조금씩 있죠. 기본 사항은 미소, 목소리, 자세입니다.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꾸준히 연습해서 얼굴에 묻어나게끔 하고, 음성 톤이나 스피드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해요. 자세는 본인이 봐서는 모르기 때문에 비디오 녹화를 해서라도 꼭 제대로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외에도 불규칙한 스케줄과 시차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 시사 상식, 세계의 역사와 매너 등 기본으로 갖춰야 할 사항이 많다. “단순히 유니폼이 예쁘다고 꿈을 품었다가는 큰코다칠지도 몰라요. 정확히 승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알아봤으면 해요. 그리고 왜 항공승무원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본인이 직무에 적합한 성격과 인격을 갖고 있는지도 냉철하게 평가해보세요.”
조 부원장이 승무원 생활을 마무리한 이유는 바로 “허리에 무리가 와서”였다고. “밖에서 보기엔 매우 우아해 보이죠? 뒤에서는 1.5L 생수병 12개가 들어 있는 박스도 번쩍 들어올려야 해요.” 승무원은 바쁘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요원이자 편안한 여행을 돕는 서비스 전문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때로는 한 항공사뿐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기도 하다. 신경 쓸 부분도 많다. 봉사정신과 세련된 매너, 자신 있는 태도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다. 체력은 좋을수록 좋다.
그러나 지망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앞머리를 내리는 것이 더 나은지’ ‘블라우스에 레이스 달려 있는 것도 괜찮은지’ 등을 고민하는 이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때마다 조 부원장의 답변은 한결같다. “본인에게 제일 잘 어울리고 본인을 제일 예뻐 보이게 하는 옷을 입으세요. 구두는 사지 말고 집에 있던 것 꺼내 신으시고요.” 조 부원장의 강조점은 ‘사소한 것에 매달리지 말고 한계를 벗어나는 일은 포기하라’는 것에 있다. 쌍꺼풀의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항공 승무원을 ‘꽃’으로 보는 선입견과 높고 높은 경쟁률을 뚫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지망생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조 부원장은 예비 후배들에게 “전력 질주하라”며 다독였다. “여행 수요는 계속 증가합니다.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하는 항공사도 계속 늘고 있어요. 항공 승무원은 미래 지향적인 직업입니다. 퇴직 후에도 경험을 능력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요. 외유내강형 서비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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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에어라인 비즈니스 센터: 2009년에 설립된 항공 승무원 양성 학원. 대표와 원장이 부부 승무원 출신(아시아나 항공, 대한항공)이라 더욱 유명하다. 용인대 평생교육원과 학점제교육협정을 체결했고 대림대항공서비스과와 산학협력을 맺었다. 외국 항공사의 위탁 교육, 채용 대행도 맡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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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승무원 이것이 궁금하다!
Q. 항공 관련 학과 전공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A. 전공자라면 누구나 ‘실습생 제도’에 참여할 수 있어요. 2학년이 되면 1년간 인턴으로 항공사에서 일을 해보는 거죠. 이 기간 동안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후에 임원 면접만 거치고도 입사의 키를 거머쥘 수 있어요. ‘실습생 제도’의 경우 경쟁률은 10 대 1 정도로 확연히 줄어든답니다.
Q. 연봉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 급여 체계는 기본급+비행수당+보너스+체재비+퇴직금+제수당이에요. 기본급은 회사나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별 차이는 크지 않아요. 체재비는 비행국의 물가를 반영하고요. 퇴직금은 최근 3개월의 월 급여 평균에 근무연수를 곱한 값입니다. 이외에 야간근로·휴일근로 할증금, 위험수당, 청원경찰수당이 더해집니다. 7~8년차 항공 승무원들의 국내 항공사 연봉은 7000만 원 안팎이라 보면 됩니다.
Q. 퇴직 이후 어느 방향으로 진출할 수 있나요?
A. 추후 CS 강사, 매너 강사, 병원 코디네이터, 이미지 컨설턴트, 대학이나 학원 강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특히 CS 분야는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고 점점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진출하기에 좋아요.
알짜배기 국 항공사 정보
외국 항공사의 채용 조건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교정시력 1.0 이상, 신장 160cm 이상, 암리치(발뒤꿈치를 들고 한쪽 팔을 머리 위로 최대한 뻗어 나오는 최대 전신 길이) 210cm 이상, 고졸 이상, 서류 전형과 몇 차례의 면접 등. 어느 도시를 베이스로 해 한국인 승무원을 뽑느냐에 따라 근무 조건이 좀 다르다. 한국인 승무원을 뽑는 알짜배기 외국 항공사를 추렸다.
에미레이트 항공
베이스 : 두바이
혜택 : 호텔급 숙소, 교통편, 항공권, 휴가, 면세
채용과정 : 네 차례의 면접을 거쳐야 하며, 영어 필기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루프트한자 항공
베이스 : 프랑크푸르트
채용과정 : 서류 전형에서 영어 테스트를 거치며 이후 전화 인터뷰가 있다.
특이사항 : 입사 2년 후 독일어 교육을 통과하면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카타르 항공
베이스 : 카타르 도하
혜택 :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주택 지원, 휴가, 항공권, 면세
채용과정 : 총 세 차례의 면접을 거치며 단계별 에세이와 토론 면접이 포함돼 있다.
에어차이나(중국 국제항공공사)
베이스 : 서울
자격요건 : 4년제 대학 이상, 만 25세 미만, 전 학년 평점 2.5 이상, 신장 164~170cm, HSK 7급 이상, TOEIC 550점 이상
특이사항 : 선발 이후 아시아나 항공에서 기초 교육을 받는다.
KLM 네덜란드 항공
베이스 : 서울
자격요건 : 전문학사 이상
특이사항 : 한국인 승무원은 2년간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싱가포르 항공
베이스 : 싱가포르
자격요건 : 4년제 정규 대학 졸업 이상
채용과정 : 면접, 신체검사만이 아닌 물공포시험과 티(Tea) 파티 전형도 넘겨야 한다.
중국 동방항공
자격요건 : 전문학사 이상, 신장 162~175cm, TOEIC 550점 이상
ANA 항공
베이스 : 서울
자격요건 : 전문학사 이상, 일본어 가능자
케세이퍼시픽 항공
베이스 : 홍콩
혜택 : 홍콩에 주거 공간 혹은 주거비 제공, 항공권, 유급 휴가 등
필리핀 항공
베이스 : 서울
자격요건 : 전문학사 이상, 만 20~26세, 시력 1.2 이상
조희정 ABC 에어라인 비즈니스 센터 부원장
삼성서울병원 Medical Transcriptionist
건양대 글로벌 관광학과 외래교수
대한항공 객실승무부 부사무장